손톱의 낮잠
김미정
손가락 끝에도 길이 있을까
손톱이 길어졌다
기억나지 않던 기억이 살아났다
새벽이 오기 전에 깨어나는 새의 심장처럼
손금이 요동친다
제때 깍지 못한 손톱
어제 자라 난 길이보다 오늘 자라는 길이가
더 긴 사연을 찾아
내일을 자극한다
내 속에서 걸어 나온 손톱이
내 것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떠 있는
낮달
물컹했던 통증의 내부
그때마다 만나는 눈물의 염도
길보다 더 길게 자라나 하늘을 단단하게 포장하는 시간
손가락 끝에서 심장이 뛴다
천천히 당신이 보인다.
![]() 김미정 시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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